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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10.29)의 독서 말씀] 우리가 싸워야 할 진정한 적은 누구인가 : 에페소서 (6,10-20)

제임스
2026-10-28 22:13 8 0

본문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을 만난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고,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분노하거나 좌절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마치 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싸워야 할 진정한 상대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전투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권세와 권력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입니다.”
바오로는 신앙생활을 하나의 영적 전투에 비유한다.
그러나 그 전투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굴복시키는 싸움이 아니다.
인간을 악으로 이끄는 유혹과 거짓, 탐욕과 미움에 맞서는 싸움이다.
우리는 흔히 갈등이 생기면 상대방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면 그 갈등 속에 나의 자존심과 고집,
질투와 욕심이 자리하고 있을 때도 많다.
우리가 먼저 이겨야 할 상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미움과 교만일지도 모른다.

오랜기간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회나 교회 등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의견 충돌을 경험했다.
그때는 내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누가 옳았는가보다 서로를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했는가가 더 중요했음을 깨닫는다.
바오로는 이러한 영적 싸움에서 우리를 지켜 줄 무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진리로 허리에 띠를 두르고 의로움의 갑옷을 입고 굳건히 서십시오.”
진리는 거짓과 자기기만에 맞서는 힘이고, 의로움은 자신의 이익보다 옳은 일을 선택하도록 이끄는 기준이다.
살다 보면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받아들이거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변명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바오로는 이어서 평화의 복음을 위한 신을 신고 믿음의 방패를 잡으라고 권고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전투를 준비하면서도
발에는 평화의 신을 신으라고 한다는 점이다.
세상의 전투는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리스도인의 영적 전투는 오히려 평화를 이루는 것을 지향한다.
신앙인은 갈등을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 속에서도 화해의 길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믿음의 방패는 우리가 겪는 모든 어려움을 없애 주는 도구가 아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며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 주는 힘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러한 믿음의 의미를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
젊었을 때에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건강의 어려움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처럼 인간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럴 때 신앙은 고통을 단번에 없애 주지는 않더라도,
그 고통을 견디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어 준다.
바오로는 마지막 무기로 성령의 칼을 제시한다.
“성령의 칼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칼은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이지만,
하느님의 말씀은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기 위한 것이 아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별하고,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한 거짓과 유혹을 끊어 내는 힘이다.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경을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 말씀을 통해 자신의 삶이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매일 독서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도 때로는 말씀과 다르게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용서하라는 말씀을 읽고도 서운한 마음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사랑하라는 말씀을 묵상하면서도 가까운 사람에게 너그럽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말씀은 나를 위로하면서도 동시에 나의 부족함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바오로는 모든 무장을 갖춘 뒤에도 기도와 인내를 강조한다.
“여러분은 늘 성령 안에서 온갖 기도와 간구를 올려 간청하십시오.”
기도는 자신의 소망을 하느님께 전달하는 일만이 아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고, 자신의 뜻보다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도록 이끄는 시간이다.
특히 바오로는 자신이 사슬에 매여 있는 상황에서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보다
복음을 담대하게 전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한다.
환경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사명을 잃지 않으려는 믿음이 인상적이다.
오늘 말씀 앞에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어려움이 생길 때 다른 사람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있는가.
진실보다 체면을, 평화보다 자존심을 앞세우고 있지는 않은가.
하느님의 무기로 무장한다는 것은 강한 사람이 되어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진리와 사랑으로 자신을 다스리고 악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일 것이다.
내 마음에 미움보다 사랑이, 거짓보다 진실이,
두려움보다 믿음이 자리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툼의 원인이 아니라
평화를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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