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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10.26)의 독서 말씀]빛의 자녀답게 살아간다는 것 : 에페소서 (4,32─5,8)

제임스
2026-10-25 21:49 1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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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는 서운함과 원망이 남아 있을 때가 많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상처일수록 더 오래 기억된다. 그만큼 믿고 기대했던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고한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이 말씀에서 중요한 것은 용서의 출발점이다. 바오로는 상대방이 용서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따지라고 하지 않는다.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잘못에는 엄격하면서 자신의 잘못에는 너그러울 때가 많다. 상대방이 한 말은 오래 기억하면서 자신이 무심코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을 가능성은 쉽게 잊어버린다.
용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에 붙잡혀 살아가는 자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성당에서 봉사거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경험했다.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서운했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던 다툼의 이유는 희미해지고, 그 일로 멀어진 사람과의 관계만 아쉬움으로 남을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가 옳았는지를 끝까지 가리는 일보다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바오로는 이어서 말한다.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우리가 하느님을 본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분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미 사랑받는 자녀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자녀가 그 사랑을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듯,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한 우리도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바오로는 그 사랑의 모범으로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제시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사랑은 단순히 좋은 감정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시간과 편안함을 내어 주고, 상대방의 어려움을 함께 짊어지는 행동으로 드러난다.
가족을 돌보고, 몸이 불편한 친구의 걸음에 맞추며, 어려운 이웃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작은 실천도 사랑의 표현이다.
이어서 바오로는 탐욕과 부정한 행동뿐 아니라 추잡한 말과 상스러운 농담을 경계하면서 “여러분은 감사의 말만 해야 합니다.”라고 권고한다.
말은 우리의 마음을 드러내는 가장 가까운 도구다. 같은 상황에서도 불평과 비난을 앞세우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감사와 격려의 말을 건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흔히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올바르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거나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앙은 특별한 순간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사용하는 말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바오로는 마지막으로 오늘 말씀의 핵심을 전한다.
“여러분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어둠과 빛은 단순히 선과 악을 구분하는 표현을 넘어, 그리스도를 만나 변화된 삶을 보여 준다. 빛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어두운 곳을 밝히고 주변의 사물을 볼 수 있게 한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하는지를 드러내기보다, 자신의 존재로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 왔다고 해서 저절로 빛의 자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사에 참여하고 기도하면서도 가까운 사람에게 너그럽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며,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한다면 신앙의 참모습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요즈음은 삶에 남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사회적 지위나 업적도 언젠가는 잊히겠지만, 누군가에게 베풀었던 친절과 따뜻한 말 한마디는 오랫동안 그 사람의 마음에 남을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기보다 오래 기억하고 있지는 않은가.
감사해야 할 일보다 불평할 일을 먼저 찾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나의 말과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빛이 되고 있는가.
빛의 자녀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남보다 더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곁의 어둠을 조금이라도 밝혀 주는 사람이 되는 일일 것이다.
지금도 하느님께 받은 용서를 기억하며 이웃에게 너그러워지고,
불평보다 감사의 말을 건네며,
작은 사랑의 실천으로 주님의 빛을 전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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