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0.24)의 독서 말씀] 서로 다른 재능이 모여 하나의 몸을 이룬다 : 에페소서 (4,7-16)
본문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마다 능력과 재능이 다르다는 사실을 경험한다.
어떤 사람은 뛰어난 지식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앞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데 능숙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거나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우월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실망하기도 한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러한 우리의 생각을 돌아보게 하는 말씀을 전한다.
“그리스도께서 나누어 주시는 은혜의 양에 따라, 우리는 저마다 은총을 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능력과 역할을 주시지 않았다.
각자에게 서로 다른 재능과 은총을 주셨다.
그러나 그 차이는 누가 더 우월한지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어떤 이들은 사도로, 어떤 이들은 예언자로, 복음 선포자로, 목자와 교사로 세우셨다고 말한다.
이들의 역할은 서로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다.
각자가 받은 은총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일이다.
대학이라는 공동체에는 교수와 연구원, 직원과 학생들이 있다.
교수의 연구와 강의도 중요하지만, 실험실을 관리하는 연구원과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도움이 없다면 교육과 연구는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눈에 보이는 연구 성과나 업적만을 평가하고,
그 뒤에서 묵묵히 수고한 사람들의 역할은 쉽게 잊어버린다.
하나의 성과가 이루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협력과 헌신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공동체의 가치는 뛰어난 몇 사람의 능력보다,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협력하는 데서 드러난다.
교회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와 전례를 돕는 봉사자, 성가대와 독서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당을 청소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사람들까지 저마다 맡은 역할이 다르다.
그러나 하느님 앞에서 어느 봉사가 더 귀하고 어느 봉사가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교회에서 봉사하다 보면 자신의 경험과 방식이 가장 옳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새로운 사람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그것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앞세운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은총을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권한으로 여기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이미 은총의 본래 의미에서 멀어지는 일이 아닐까.
은총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특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섬기도록 맡겨 주신 선물이다.
바오로는 이러한 공동체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습을 설명한다.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서 일치를 이루고 성숙한 사람이 되며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성숙함은 단순히 나이가 많다거나 지식이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거나 작은 일에 쉽게 화를 내기도 한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다고 해서 저절로 성숙한 신앙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부족한 사람을 기다려준다.
우리가 더 이상 어린아이처럼 온갖 가르침의 풍랑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정보와 주장 속에서 살아간다. 그럴듯한 말이나 자극적인 소문에 쉽게 마음이 흔들리고,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지식이 많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분별하고, 그 진실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바오로는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자세를 가르쳐 준다.
“우리는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모든 면에서 자라나 그분에게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진리를 말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옳은 말을 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주장이 아무리 옳더라도 사랑이 빠져 있다면
그 말은 상대방을 변화시키기보다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 수 있다.
참된 성숙은 옳은 것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옳음을 사랑으로 전달할 줄 아는 데 있다.
바오로는 교회를 하나의 몸에 비유한다. 몸의 각 기관이 서로 연결되어 제 기능을 할 때
온몸이 건강하게 성장하듯, 공동체도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 도울 때 성장한다.
젊었을 때에는 내가 무엇을 이루고 얼마나 인정받을 것인가가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동안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누구와 나누고,
다른 사람들이 성장하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후배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 주는 일도 중요하다.
내가 앞에 서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빛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더 큰 기쁨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하느님께서 주신 재능을 자신을 드러내는 데 사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데 사용하고 있는가.
신앙의 성숙은 내가 얼마나 높은 자리에 올랐는가가 아니라,
내가 받은 은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성장하도록 도왔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바오로는 공동체가 성장하는 마지막 목적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리하여 사랑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받은 은총도, 맡겨진 역할도, 쌓아 온 지식과 경험도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의미를 온전히 이루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내게 주어진 작은 재능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며,
그것이 다른 사람을 돕고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사랑의 도구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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