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9.15)의 독서 말씀] 눈물을 흘려도 걸어가야 할 길 : 히브리서 (5,7-9)
본문
살다 보면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견디기 힘든 순간이 있다.
평소에는 남들에게 의연하게 보이던 사람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만나면 마음이 무너지고 눈물을 흘린다.
우리는 흔히 강한 사람은 울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신앙이 깊은 사람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흔들림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히브리서의 말씀은 전혀 다른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 준다.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우셨다.
죽음이 두렵지 않으셨던 것이 아니다.
다가오는 고통 앞에서 괴롭고 힘드셨으며,
그것을 피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도 가지고 계셨다.
그렇다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약함의 표시만은 아닐 것이다.
두렵다고 말하는 것, 힘들다고 고백하는 것,
때로는 울면서 도움을 청하는 것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눈물을 흘렸느냐가 아니라
눈물을 흘리면서도 어디를 향하고 있었느냐일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향하셨다.
오늘 말씀에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이 있다.
“예수님께서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왜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순종을 ‘배우셔야’ 했을까.
여기서 순종은 단순히 시키는 대로 하는 복종만을 뜻하지 않을 것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도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받아들이는 것,
피하고 싶은 현실 속에서도 더 깊은 뜻을 찾아가는 것이 순종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일이 잘될 때보다 어려울 때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성공했을 때는 내가 잘해서 된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패하고, 기다리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겪으면서
비로소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운다.
고난이 언제나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고난 때문에 마음이 굳어지는 사람도 있고 세상을 원망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고난 자체가 우리를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고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통과하느냐가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일 것이다.
어제 생각했던 ‘조급함’도 떠오른다.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왜 이렇게 되는가?”
“왜 빨리 해결되지 않는가?”
그러나 삶에는 아무리 서둘러도 앞당길 수 없는 시간이 있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고, 견디어야 하는 시간이 있으며,
지나가 보아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시간도 있다.
그런 시간을 지나면서 우리는 조금씩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내 계획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결과와 다른 결과가 찾아와도 그 안에서 다시 길을 찾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오늘 이야기하는 ‘순종을 배운다’는 의미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돌아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일들이 참 많았다.
그때는 실패라고 생각했던 일도 있었고,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는가 원망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지나 돌아보면 이상하게도 그 일들이 나를 멈추게 했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게 했으며,
내가 가지 않았을 다른 길을 열어 주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고난을 만났을 때 무조건 “이것을 없애 주십시오”라고만
기도하기보다 한 가지를 더 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간을 지나면서 제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도 눈물을 흘리셨다.
그러므로 나도 힘들 때 울어도 된다.
두려워해도 되고, 힘들다고 말해도 된다.
그러나 눈물 때문에 내가 가야 할 방향까지 잃어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말씀 앞에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피하고 싶은 고난 앞에 서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그 고난을 없애 달라는 생각에만 매달린 나머지,
그 시간을 통하여 내가 배워야 할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삶의 성숙은 고난이 없는 상태가 아닐 것이다.
고난 속에서도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잃지 않는 것,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도 조금 더 깊은 뜻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내 걸어가야 할 우리의 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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