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의 날 행사] 함께 걸으니 한 식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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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의 날을 맞아 모처럼 많은 교우들이 함께 길을 나섰다.
평소 성당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이지만, 오늘은 미사만 함께 드리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같이 걷고, 기도하고, 밥을 먹으며 지내는 특별한 날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충정로에서 내려 성요셉아파트가 있는 요셉로(서소문로 6길)를 따라 약현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천천히 언덕을 올랐다.
각 처마다 미리 정해진 사람이 선창하고 묵상 부분은 모두가 함께 낭독했다.
처음에는 각자의 걸음으로 출발했지만
함께 기도하고 서로 인사를 건네며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했다.
신앙공동체라는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어쩌면 공동체란 이렇게 같은 길을 함께 걷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약현성당 앞에서는 다시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준비된 책자를 흔드는 얼굴마다 웃음이 가득했다.
성당에서 잠시 묵상하기도 하고 기념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방문하셨던 현양탑의 사진을 비롯해
역사와 유물,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바라보며
우리가 지금 누리는 신앙이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님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일정 때문에 조금 이른 점심을 먹으러 설렁탕집으로 향했다.
수육과 도가니, 맛있는 김치가 차려지고 따뜻한 설렁탕 한 그릇까지 배불리 먹으니
순례길의 또 다른 즐거움이 느껴졌다.
식사 후에는 차 한잔을 나눌 여유도 있었다.
행사 준비를 위해 많은 분들이 빨랑카로 정성을 보태 주셨는데,
한 자매님 부부가 차와 케이크까지 마련해 주셨다.
마침 일행 가운데 두 분이 생일을 맞아 모두 함께 축하 노래도 불러 드렸다.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 풍경일 수도 있다.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생일을 축하해 주는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작은 순간들이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 주는 것 같다.
함께 기도하는 신앙도 소중하지만
함께 밥을 먹으며 웃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삶 가까이 다가간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명동성당 역사기념관으로 이동했다.
마침 도슨트의 설명이 진행되고 있는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순교의 역사를 들으며 당시의 구체적인 시대 상황과
그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 냈던 조상들의 삶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먼 옛날의 역사로만 들리지 않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함께 모여 기도할 수 있기까지
누군가의 희생과 믿음이 있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기념관을 나와 샤르트르 수도원 성당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교우들이 먼저 와 있었다.
청년성가대와 성인성가대가 함께 만들어 내는 성가 속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을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본당의 날을 기념하는 감사의 시간도 마련되었다.
과거 본당에서 봉사하셨던 네 분의 수녀님께 감사의 선물을 드리고,
6년 동안 연속해서 상임위원으로 봉사한 사목위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이 전달되었다.
신앙공동체는 누군가의 눈에 띄는 큰 일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봉사한 사람들의 손길로 이어져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일정을 마치며 문득 돌아보니 오늘 우리가 한 일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함께 걸었고,
함께 기도했고,
함께 밥을 먹었고,
함께 차를 마시며 웃었고,
누군가의 생일을 함께 축하했고,
먼저 봉사한 분들에게 함께 감사했다.
그런데 바로 그 평범한 일들이 모여 우리를 조금씩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평소에는 같은 구역에 살면서도 각자의 생활에 바빠 성당에서 잠깐 얼굴을 보고 헤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오늘 하루 6구역 식구들과 함께 이동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지내다 보니
‘구역’이라는 행정적인 이름보다 ‘식구’라는 말이 훨씬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구(食口)란 본래 한집에서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오늘 우리는 정말 함께 밥을 먹었고, 그보다 더 귀한 마음과 믿음도 함께 나누었다.
본당의 날은 성당의 생일을 기념하는 하루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서로 조금 더 가까워지고, 내가 혼자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함께 걸으니 길이 되었고,
함께 나누니 정이 되었으며,
함께 기도하니 우리는 어느새 한 식구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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