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9.11)의 독서 말씀] 나는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 : 코린토 1서 (9,16-19.22-27)
본문
운동장이나 마라톤 경기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힘껏 달린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달려도 어디를 향해 가는지 모른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
달리기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만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지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삶을 경기장에서 달리는 선수에 비유한다.
“나는 목표가 없는 것처럼 달리지 않습니다.
허공을 치는 것처럼 권투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평생 참 열심히 달리며 살아왔다.
젊어서는 공부를 위해 달렸고, 직장을 얻고 자리를 잡기 위해 달렸다.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며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다.
그때는 목표가 비교적 분명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직장에서 물러나면 문득 질문하게 된다.
‘이제 나는 무엇을 향해 달려야 하는가?’
직책도 사라지고 경쟁에서 이겨야 할 이유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삶의 경주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얼마나 빨리 달리는가보다
어디를 향해 달리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바오로에게 그 목적지는 복음을 전하는 일로 분명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이 말씀을 읽으며 ‘직업’과 ‘사명’의 차이를 생각하게 된다.
직업에는 은퇴가 있으나 사명에는 정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교수라는 직책에서는 물러날 수 있지만
평생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일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손을 떠난 자녀에게도 여전히 부모의 사랑은 남아 있고,
사회적인 자리에서 물러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은 계속된다.
사명은 거창한 일만을 뜻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진 경험을 후배에게 나누어 주는 것,
힘들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가족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
내가 받은 것을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도 사명이 될 수 있다.
“나는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이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바오로의 자유는 달랐다.
그는 자유롭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 낮아질 수 있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었지만 복음을 위해 내려놓았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맞추며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려고 했다.
자유란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하는 능력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내가 가진 권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오로는 경기자의 ‘절제’를 이야기한다.
“모든 경기자는 모든 일에 절제를 합니다.”
선수는 경기 당일에만 잘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평소에 먹는 것을 조절하고 몸을 단련하며 반복해서 연습해야 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화를 조금 참는 연습,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
남의 말을 끝까지 듣는 연습, 감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신앙도 하루아침에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절제가 반복되면서 삶 속에 자리 잡는 것일 것이다.
바오로는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자신은 실격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기 몸을 단련한다고 했다. 이 말씀은 더욱 깊이 다가온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내가 말한 대로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미워할 수 있고,
용서를 말하면서 마음속 원망을 품을 수 있다.
절제를 가르치면서 자신은 욕심에 끌려갈 수도 있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설교는 다른 사람에게 하는 설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으로 보여 주는 설교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
젊었을 때처럼 빨리 달릴 수는 없다.
그러나 천천히 걷더라도 방향은 분명할 수 있다.
더 많이 가지는 것보다 더 많이 나누는 쪽으로,
인정받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내가 앞서는 것보다 뒤처진 사람을 기다려 주는 쪽으로 걸어가고 싶다.
끝까지 방향을 잃지 않는 경주로 말이다.
빠르지 않아도 좋다.
남보다 앞서지 않아도 좋다.
내게 맡겨진 길을 끝까지 성실하게 걸으며,
내가 받은 것을 나누고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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