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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9.9)의 독서 말씀] 가지되 붙잡히지 않는 삶 : 코린토 1서 (7,25-31)

제임스
2026-09-08 22:41 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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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용하던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 보관해 둔 책,
오래전에 입었던 추억이 담긴 옷,
여행지에서 가져온 작은 기념품까지 하나하나 사연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다.

내가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때로는 그 물건들이 오히려 나를 붙잡고 있다는 것을.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조금 낯설게 들린다.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사십시오.”


아내가 있는데 없는 사람처럼 살라니 무슨 뜻일까.

슬픈데 울지 말고, 기쁜데 왜 기뻐하지 말라는 뜻일까.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오늘 말씀은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바오로가 가족을 사랑하지 말라거나

세상의 기쁨을 누리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어떤 것도 영원히 내 것인 양 붙잡고 살지 말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바오로는 그 이유를 분명하게 말한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을 때는 이 말이 잘 와닿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고 이루고 싶은 일도 많다.

직장을 얻고, 가정을 이루고, 집을 마련하며

하나씩 쌓아 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삶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쌓는 일보다 내려놓는 일이 많아진다.

오랫동안 맡았던 자리에서 물러나고,

명함에서 직책이 사라지고, 소중히 간직했던 물건도 정리한다.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 가까이 지내던 사람과 헤어지는 일도 생긴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내가 영원히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렇다고 삶이 허무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이 더욱 소중해진다.

배우자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함께하는 시간이 귀하다.

친구와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기에

오늘 나누는 식사와 대화가 소중하다.

건강도 영원하지 않기에 오늘 걸을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내가 가진 재산도 언젠가는 두고 떠나야 하기에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가지지 않은 사람처럼 살라는 말씀은

가진 것을 소홀히 하라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더 잘 사랑하라는 말씀인지도 모른다.

 

소유하려 하지 말고 감사하며 누리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배우자도 자녀도 친구도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누구도 내가 소유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잠시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 사랑하고 돌보도록

하느님께서 만나게 해 주신 사람들이다.

재산도 마찬가지다.

내 이름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영원히 내 것은 아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잘 사용하도록 잠시 맡겨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돈을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질 것이다.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기쁨과 슬픔도 지나간다.

오늘 너무 힘든 일이 생겼다고 해서

그것이 내 삶의 마지막 모습은 아니다.

반대로 지금 모든 일이 잘된다고 해서 그 기쁨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기쁨에 지나치게 취하지 않고

슬픔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기 때문이다.

 

바오로의 말씀을 묵상하며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보다 다른 질문을 해 보고 싶다.

나는 지금 가진 것에 얼마나 붙잡혀 있는가?

재산에 붙잡혀 있지는 않은가.

지위와 명예에 붙잡혀 있지는 않은가.

내 생각과 고집에 붙잡혀 있지는 않은가.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까지 내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붙잡고 있지는 않은가.

삶의 지혜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으면서도 붙잡히지 않는 데 있는 것 같다.

사랑하되 소유하지 않고,
누리되 집착하지 않고,
기뻐하되 취하지 않고,
슬퍼하되 절망하지 않는 것.

그리고 언젠가 떠날 때가 오면 감사하며 내려놓는 것이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라진다는 사실 때문에 오늘이 허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라지기 때문에 오늘이 귀하다.

그러니 오늘 내게 주어진 사람을 더 사랑하고,

가진 것을 더 좋은 곳에 사용하며, 지나가는 하루를 감사히 살아가고 싶다.

가지되 붙잡히지 않고,
사랑하되 소유하지 않으며,
언젠가 내려놓을 것을 알기에 오늘 더 소중히 사랑하는 삶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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