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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 마음의 세수

제임스
8시간 38분전 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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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세수를 한다는 말이 참 아름답고 멋있게 느껴진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씻는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 앞에 서서 밤새 묻은 기름기와 먼지를 닦아 내고,

밖에서 돌아오면 손을 씻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깨끗함은 예의이고, 위생이며,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얼굴을 이렇게 정성껏 닦으면서,

정작 마음을 닦는 일에는 너무 소홀한 것은 아닐까.

요즘 세상은 과학 문명이 발달하여

좀처럼 기계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하루 종일 모니터를 마주하며,

잠들기 직전까지도 작은 화면 속 소식과 자극에 마음을 내어준다.

기계는 우리의 시간을 단축시켜 주었지만,

그만큼 우리의 내면을 단순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더 많은 정보와 비교,

더 빠른 판단과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며

마음을 쉴 틈 없이 소모시킨다.


얼굴에 묻은 먼지는 물로 씻어내면 되지만

마음에 묻은 분노와 질투, 조급함과 피로는

그냥 두면 점점 굳어 간다.

마치 세척하지 않은 기계 표면에 쌓이는 잔류물처럼

처음에는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기능을 떨어뜨리고 소음을 만든다.
 

과학은 정밀해질수록 세척 공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식품 공장에서도 깨끗하게 세척하는 일을 소홀히 하면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전체 품질을 망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이

가장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겉은 멀쩡해 보여도

내면의 잔여 감정이 제거되지 않으면

말이 거칠어지고, 관계가 탁해지고,

신앙의 향미도 흐릿해진다.


얼굴을 씻는 데 3분이 걸린다면

마음을 씻는 데는 10분쯤 내어도 되지 않을까.

잠시 모든 일을 내려 놓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위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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