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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독서 말씀] 다윗이 남긴 품질 관리자의 애가

제임스
16시간 27분전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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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먼저 울다 

사무엘기 하권의 시작은 승자의 기록이라기보다 품질 관리자의 애가(哀歌)처럼 다가온다.

다윗은 이제 명백히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사울은 죽었고, 요나탄도 쓰러졌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사가 사라진 순간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쯤에서 승리 선언이 먼저 나와야 한다.

그러나 다윗의 첫 반응은 전혀 다르다.
그는 옷을 찢고, 울고, 단식하며 애가를 지어 부른다.

식품인은 안다.
어떤 공정이 실패했을 때,
그 실패를 조용히 기록하고 애도할 줄 아는 태도
다음에 시도하는 제품의 품질을 결정한다는 것을.

사울의 죽음은 개인의 몰락이 아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이라는 시스템 전체의 붕괴에 가깝다.
원료 하나가 잘못된 사고가 아니라, 공정 전반이 무너진 사건이다.

다윗은 그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지 않는다.
그는 어쩌다 용사들이 쓰러졌는가?”라고 묻는다.
그러나 왜 저들은 실패했는가?라고 분석하지는 않는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실패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한다.
하나는 원인을 조급히 규정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먼저 멈추고, 기록하고, 애도하는 길이다.
다윗은 분명히 두 번째 길을 택한다.

특히 요나탄을 향한 다윗의 애가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백처럼 들린다.
형은 나에게 그토록 소중하였고
나에 대한 형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보다 아름다웠소
.”


식품인의 언어로 말하자면 이렇다.
좋은 제품은 레시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신뢰,
공정을 함께 지켜 준 동료들,
서로를 보호하던 관계가 있을 때 비로소 제품은 완성된다.
그 관계가 무너지는 순간, 제품도 함께 무너진다.
 

다윗은 사울의 업적조차 잊지 않는다.
그는 너희에게 장식 달린 진홍색 옷을 입혀 주고.”

이는 왕의 정치적 공과를 미화하는 말이 아니다.
시스템이 남긴 긍정의 흔적을 끝까지 분리해 기억하려는 태도.

식품 안전 사고 이후에도
그래도 이 공정이 여기까지 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차분히 기록하는 사람의 자세와 닮아 있다.

이 애가는 복수의 노래가 아니며 다음 세대를 위한 보고서.
무엇이 무너졌는지,
무엇이 사라졌는지,
그리고 무엇을 다시 세워야 하는지를 감정 속에 봉인해 남겨 둔 기록이다.

 

그래서 사무엘기 하권의 시작은 권력 이양의 선언이 아니라
식품인의 기본 윤리를 묻는 장면처럼 읽힌다.

성공 앞에서 우리는 흥분하지 않았는가.
경쟁자의 실패 앞에서 품위를 지킬 수 있었는가.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책임 규명보다 먼저 애도를 선택할 수 있었는가.

다윗은 이 애가를 통해 왕이 되기 전에 먼저,
책임을 감당하고 품질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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