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서를 쓰면서] 1장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발효와 연관지어 봄
본문
‘하느님의 계획은 발효처럼 천천히 완성된다’
에페소서 1장은 바오로 사도가 하느님의 큰 계획을 설명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표현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히 발효와 숙성이라는 친숙한 예를 사용해 이 말씀을 쉽게 풀어 보려고 합니다.
하느님은 ‘창세 전에’ 우리를 선택하셨다
에페소서 1장은 “세상이 생기기 전부터 하느님이 우리를 선택하셨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우리 존재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마치 장독대에 넣을 좋은 콩을 고를 때
이미 그 콩 속에 미래의 맛이 숨어 있는 것처럼,
하느님도 우리를 바라보며
“이 아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이”라고 마음에 품으셨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의 삶은 하느님이 먼저 계획하신 작품입니다.
우리는 우연히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처음부터 하느님 마음의 선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거룩함은 ‘삶의 잡맛을 줄여가는 과정’이다
그다음 바오로는 우리가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거룩함은 완벽한 사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다듬어지는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김치를 담글 때
배추의 상한 부분을 제거하거나
된장을 만들기 전에 콩을 씻어 먼지를 떼어 내듯,
우리 마음에도 불필요한 감정과 상처가 있습니다.
오래된 미움
비교하는 마음
자존감의 흔들림
책임을 피하고 싶은 마음
이런 것들은 우리 안의 ‘잡맛’과 같아서
이게 많을수록 삶이 복잡하고 힘들어집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이런 잡맛을 조금씩 줄이고
더 선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변해 가도록 도와주십니다.
그게 바로 거룩함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새로운 상태’로 변화시킨다
바오로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새로워진다”고 가르칩니다.
이 과정은 발효와 아주 비슷합니다.
콩을 그냥 두면 아무 맛도 없지만,
발효를 거치면
된장·간장·청국장처럼 완전히 새로운 맛과 향을 가지게 됩니다.
똑같은 콩이지만,
그 속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죠.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분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사랑을 배우다 보면
겉모습은 같지만 내면은 완전히 새로워진 사람이 됩니다.
더 여유가 생기고
용서할 힘이 생기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고
삶의 목적을 다시 찾게 되는 변화
이런 변화는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천천히 작용하면서 일어나는 발효 같은 변화입니다.
성령은 ‘우리 마음을 지켜주는 힘’이다
바오로는 성령을 “보증”이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성령이 우리 마음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지켜 주신다는 뜻입니다.
발효가 끝난 식품은
온도나 습도가 조금만 변해도 맛이 금방 상합니다.
그래서 보관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
상처
유혹
교만
외로움
이런 것들이 들어오면
우리 안의 좋은 마음이 쉽게 상할 수 있습니다.
성령은 바로 그때
마음의 문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힘입니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멈추게 하고
포기하려는 마음에 다시 용기를 주고
슬픔 속에서도 빛을 보게 해주며
잘못된 길에서 살며시 되돌아서게 하는 힘
이런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성령께서 우리 삶의 ‘숙성고’를 지켜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인생 전체를 하나로 모으신다
바오로는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모으신다”고 말합니다.
우리 인생은 때로는
여기저기 산산조각 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실패한 기억
감사한 순간
예상치 못한 슬픔
행복했던 날들
억울했던 경험
기회가 열렸던 때
이 모든 조각이 서로 상관 없이 보여도
하느님은 그 모든 조각을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큰 그림으로 묶어 가십니다.
음식도 단맛·짠맛·신맛·감칠맛이
잘 어울릴 때 비로소 ‘조화로운 맛’이 되듯이,
우리 인생의 여러 경험도
하느님 손 안에서 하나의 뜻을 이룹니다.
그 의미는 시간이 지나면 더 잘 보입니다.
숙성된 장이나 잘 익은 과일처럼
우리 삶도 시간이 흐를수록
“아, 하느님이 이런 뜻으로 나를 이끌어 오셨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숙성 중인 작품’
에페소서 1장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처음부터 선택한 존재이며 매일 조금씩 다듬어지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워지며, 성령의 보호 아래 깊어지고
결국 하느님의 큰 계획 속에서 조화롭게 완성되는 사람들입니다.
즉, 우리는 하느님 손 안에서 천천히 익어 가는 귀한 발효 식품과 같은 존재입니다.
지금의 내가 완성된 모습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하느님은 이미 우리를 사랑하셨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숙성시키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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