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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 회개의 들판에서 피어나는 새 생명

제임스
2025-12-07 08:08 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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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은 마치 겨울 끝자락에 첫 번째로 돋아나는 흙의 금빛 싹, 

바람 속에서 떨고 있으면서도 생명을 품고 있는 

작은 햇순처럼 광야 한가운데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낙타 털 옷과 허리의 가죽 띠, 메뚜기와 들 꿀로 이어가는 그의 삶은
과도한 비료나 농약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밭,

거친 흙과 맨손만으로 이루어진 원초적 생태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등장은 마치 언 땅을 깨고 솟아 오르는 첫 봄 물,

긴 침묵 끝에 깊은 겨울 논을 가르며 울리는 첫 새벽 닭의 울음과도 같다.

잠들어 있던 땅의 숨을 깨우고, 묵은 풀과 겨울 찌꺼기를 걷어내는 영혼의 농사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그리고 요한은 외친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그의 외침은 메말라 가는 들판 위에 모여드는 검은 구름의 천둥소리와도 같았다.

조금 있으면 비가 쏟아질 것임을 알리는, 

땅도 농부도 한꺼번에 숨을 고르게 만드는 신호다.

그의 메시지는 타작 마당에서 키 질을 할 때 

알곡과 쭉정이가 바람에 의해 깔끔하게 갈라지는 순간처럼 정직하고 정확했다.
휘날리는 겨 속에서 오직 무게와 밀도를 가진 알곡 만이 농부의 손에 그대로 남듯
요한의 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분별하게 했다.
요한은 말한다.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뿌리 째 잘려 불에 던져 진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라면 이 표현이 얼마나 현실적인 경고인지 금세 이해할 것이다.

겉만 멀쩡한 나무, 잎사귀는 크게 퍼졌지만

속은 비어 영양을 끌어 올릴 힘조차 잃어버린 나무가 있다.

꽃은 피우지만 열매를 키울 수 없는 나무,

겉모습만 울창한 나무는 결국 주변의 햇빛과 영양까지 빼앗아

다른 작물까지 약하게 만들고 만다.

그래서 농부는 아무리 아까워도 그 나무를 베어내어

땅을 쉬게 하거나 새로운 묘목을 심는다.


회개란 바로 이런 작업이다.

요한의 촉구는 우리 삶의 밭을 다시 일구라는 초대다.

오랫동안 밟혀 굳어버린 마음의 흙을 갈아엎고 영양을 빼앗는 잡초 같은 욕망을 뽑아내고

빛을 가로막는 가지들을 치고 하느님을 향해 열린 밭 고랑을 만드는 일 

이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흙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작업이다.

땅이 한 해의 농사를 견디려면 때로는 쉬어야 하고, 

때로는 갈아엎어져야 하며, 

때로는 물이 너무 많으면 물꼬를 트고 너무 적으면 다시 끌어와야 한다.

우리의 영혼도 이와 다르지 않다.

회개는 자책의 시간이 아니라 새 생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 밭을 다시 기경(起耕)하는 시간이다.


겨울을 지나 볕 좋은 날, 

단단히 잠겨 있던 땅을 갈아엎으면 깊은 곳에서 오래 잊고 지냈던 흙냄새가 올라온다.

그 냄새는 삶의 본래 색과도 같다.
회개의 여정에서 우리는 바로 그 고유한 향기, 

원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나’의 향기를 다시 맡게 된다.

그리고 그 밭에는 언젠가 반드시 새로운 햇순이 돋아날 것이다.

그 햇순은 아직 연약하고 작지만 온갖 가능성과 약속을 품은 싹이다. 

요한이 말한 회개는 바로 그 싹이 돋아날 수 있도록 

우리 안의 겨울을 깨우는 첫 번째 농부의 손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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