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위한 싸움과 섬김의 자리
본문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십시오.”(1티모 6,12)
바오로 사도의 이 말은 늘 제 마음을 울립니다. 믿음이란 그저 조용히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고난과 유혹, 무관심과 게으름과 싸워야 하는 여정이라는 사실. 때로는 자신 안의 두려움과 나약함을 이겨 내야 하고, 때로는 세상의 시선과 불합리 속에서도 굳건히 주님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 싸움의 끝에는 승리의 월계관이 아니라, 주님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길은 혼자의 길만은 아닙니다. 루카 복음은 이렇게 전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던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루카 8,2-3)
당시 사회적 지위가 낮았던 그들이, 주님을 위해 자신의 소유를 내어놓았다는 사실은 놀라운 증언입니다. 그들의 믿음은 말로만 고백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밥상과 생활비, 작은 손길과 헌신으로 구체화된 믿음이었고, 그것이 공동체를 살아 있게 했습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작은 체험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성당 청년 모임에 나가면서 봉사를 맡았을 때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느 날 신부님께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청년들에게 밥을 살 형편이 못 됩니다. 아마도 그런 어려움 때문에 다른 봉사자들도 그만두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돈은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당신의 시간을 주님께 바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한마디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조금은 경제적 여유가 생긴 뒤부터는 오히려 제가 먼저 밥을 사거나 술자리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건 동료들에게 대접하는 밥이 아니라, 예수님께 드리는 밥상이다.’ 커피 한 잔을 건네는 순간도, 짜장면 한 그릇을 사는 순간도, 주님께 드리는 향기로운 제물이라고 여기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이상하게도 그럴 때마다 또 다른 여유가 생기고, 예상치 못한 채움이 제 삶을 찾아오곤 했습니다.
믿음을 위한 싸움은 내적인 여정이고, 섬김의 실천은 공동체적 여정입니다. 홀로 굳건히 서는 힘과, 함께 나누는 마음이 동시에 자라날 때 신앙은 온전해집니다. 싸움과 섬김, 인내와 나눔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향해 조금 더 깊고 단단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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