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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됨을 이루는 잔치

제임스
2025-09-13 19:33 4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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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치에는 공통된 목적이 있습니다. 혼인잔치, 생일잔치, 집안의 경사 같은 축하 잔치가 열릴 때, 사람들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즐거움 만을 나누려는 것이 아닙니다. 잔치는 무엇보다 모두가 하나가 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결혼식이 열리면 양가 친척들이 오랫동안 함께 머무르며 먹고 마시고 지내는 풍습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함께 살다 보면, 처음에는 낯설었던 사람들까지도 금세 가족처럼 가까워진다고 하지요. 밥상을 나누고 잠자리를 함께하는 일은 그만큼 마음의 벽을 허물고 정을 두텁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옛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을에 혼사나 경사가 생기면 부잣집은 대문을 활짝 열고 온 동네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열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모여 기쁨을 함께 나누었고, 잔치가 끝난 뒤에는 남은 음식을 살림이 넉넉지 못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던 것입니다. 잔치는 그렇게 마을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끈이 되었습니다.

    성경 속에서도 우리는 잔치의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한 복음에 전해지는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 바로 가나의 혼인잔치입니다. 그날 잔치에는 유다인들의 정결 예식에 쓰이던 돌 항아리 여섯 개가 있었는데, 각각 80에서 120리터가량 담을 수 있는 큰 항아리였습니다. 예수님은 하인들에게 그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하셨고, 그렇게 채운 물은 모두 향기로운 포도주로 변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떨어진 술을 대신 채워 주신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여섯 개 항아리 분량의 포도주는 잔치에 필요한 양을 훨씬 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것은 바로 풍성한 은총이었습니다. 결핍을 간신히 메우는 것이 아니라, 넘치도록 가득 채워 주시는 은혜 말입니다. 그 자리의 모든 이가 함께 기뻐하며 하나 되기를 바라셨던 것입니다.

    이제 곧 우리 본당도 설립 기념일을 맞습니다. 9월 21일, 모든 교우가 함께 준비하는 이 날은 단순한 기념 행사가 아닐 것입니다. 신부님을 비롯해 많은 형제자매들이 정성과 마음을 모아 찬조하고, 서로를 위해 기꺼이 봉사하고 있습니다. 또 여러 가지 선물을 마련해 함께 나누며 기쁨을 더할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그날은 미사를 봉헌하고, 음식을 나누며, 흥겹게 어울리는 잔치가 될 것입니다. 단순한 행사를 넘어, 우리가 모두 하느님 안에서 한 가족임을 되새기는 은총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시작된 풍성한 기쁨이 오늘 우리 공동체 안에서도 이어져, 서로에게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는 축복의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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