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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은총, 마음의 곳간,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삶

제임스
2025-09-13 08:10 5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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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은 자꾸만 과거의 풍경으로 걸음을 옮긴다.
문득 뒤돌아보면, 인생의 길은 화려한 꽃길보다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후회와 아쉬움으로 발자국이 남아 있는 골짜기에 더 가까웠다. 부끄럽고 연약했던 순간들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한마디의 거친 말이 칼날이 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깊이 상처 냈던 기억,
손길이 필요한데도 게으름과 무관심으로 모른 척 지나쳤던 기회들,
그리고 스스로 의롭다 착각하며 남을 판단하던 교만한 눈빛.
그 모든 기억 앞에서 나는 종종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나는 과연 하느님 앞에 설 수 있을까?”

그러나 그 순간, 사도 바오로의 고백이 바람결처럼 마음에 스민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다.”(1티모 1,15)

예수님은 흠 없는 사람을 위해 오신 분이 아니었다. 바로 나 같은, 상처투성이의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해 오셨다.
이 단순하면서도 깊은 진실이 내 영혼 속에 꺼져가던 등불을 다시 밝히고, 희망의 불꽃을 피워 올린다.
  
구원은 내 자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분의 무조건적인 은총에서 흘러온다는 사실.
그 깨달음은 메마른 가슴에 스며드는 단비처럼 내 마음을 적신다.

그 은총이 흘러들면 마음의 풍경도 서서히 바뀐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는다.”(루카 6,45) 사람의 마음은 마치 곡간과 같다. 무엇을 담아 두었는가에 따라 거기서 꺼내어 내놓을 수 있는 것도 달라진다.

불안과 분노가 가득한 마음에서는 날 선 말과 차가운 행동이 흘러나오고
, 은총과 감사가 차곡차곡 쌓인 곳간에서는 따뜻한 말과 자비로운 행위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저장고야말로 인생의 빛깔을 결정하는 팔레트인 셈이다.

그러나 마음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실행하는 이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루카 6,47-48) 말씀을 듣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삶으로 살아낼 때, 그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이와 같다. 삶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폭우가 들이닥쳐도 그 집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말씀을 실행하는 삶, 그것이야말로 흔들림 없는 기초다.

돌이켜 보면, 내 믿음은 종종 지식과 감정의 차원에 머물렀다.
말씀을 읽고 감동 받았지만, 곧 잊고 흔들리며 현실 앞에 무너졌다.
그러나 오늘 말씀은 다시금 내게 길을 가리킨다.

구원의 은총을 받아들이고,

그 은총으로 마음의 곳간을 새롭게 채우며,

마침내 말씀을 실천으로 이어가는 세 단계의 여정.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흔들리는 죄인이지만, 바로 그런 나를 위해 주님께서 오셨다는 사실이 내 어깨를 가볍게 한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의 곳간을 점검하며, 작은 실천 하나라도 반석 위에 벽돌을 쌓듯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지어 올린 삶의 집이야말로, 주님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성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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