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의 옷을 입는 삶
본문
바오로 사도는 콜로새인들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 우리가 매일 아침 옷을 갈아입듯이, 삶의 순간마다 사랑을 ‘입는다’라는 표현은 참으로 깊은 울림을 줍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드러내는 구체적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멋진 옷이 우리의 겉모습을 드러내듯, 사랑은 우리의 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징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하나로 묶습니다. 잘난 사람과 부족한 사람, 나와 생각이 전혀 다른 이들도 사랑 안에서는 하나가 됩니다. 작은 상처에 붙이는 반창고가 살을 붙들어 아물게 하듯, 사랑은 흩어지고 갈라진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힘이 됩니다. 그래서 사랑은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끈이 됩니다.
바오로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 세상은 우리를 끊임없이 다툼과 경쟁으로 몰아넣지만, 그리스도의 평화가 마음의 주인이 될 때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도 마음의 상처를 줄 만한 거친 말을 듣더라도 즉각 상처받지 않고, 작은 불편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평화는 억지로 만들어내는 그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말씀이 우리 안에 풍성히 머물 때 저절로 맺히는 열매입니다. 그러므로 성경 말씀을 우리 마음 깊이 간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루카 복음은 사랑과 평화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 누구나 존중받고 싶어 하고, 따뜻한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존중하고, 내가 먼저 따뜻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유 없이 움츠러들고, 쉽게 나서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서면, 그 작은 선의는 반드시 돌아와 또 다른 이들의 마음을 살리게 됩니다.
그리고 복음은 한 걸음 더 깊은 차원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자비란 상대가 받을 자격이 있어서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받을 자격이 없어 보이는 이에게도, 심지어 나를 힘들게 하는 이에게조차 연민과 용서를 내어 놓는 것, 그것이 참된 자비입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길이지만, 하느님의 자비를 먼저 체험한 사람이라면 그 자비를 나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진 작은 만남 속에서 먼저 미소를 건네고, 먼저 양보하며, 먼저 이해하려는 마음을 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과 평화, 그리고 자비라는 옷을 입고 걷는 길 위에서, 우리의 삶은 주님 안에서 더욱 빛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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