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0.4)의 제1 독서 말씀] 좋은 포도를 기다리시는 하느님 : 이사야서 (5,1-7)
본문
과수원을 가꾸는 사람은 열매 하나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
좋은 땅을 고르고 돌을 골라내며 나무를 심는다.
물을 주고 가지를 치며 정성을 다한 뒤에야 좋은 열매를 기대한다.
오늘 이사야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포도밭에 비유하신다.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어 좋은 포도나무를 심었네.”
탑을 세우고 포도가 열리기 전에 이미 열매를 거둘 준비까지 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들포도를 맺었다네.”
이 말씀을 읽으면 하느님의 분노보다 먼저 서운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물으신다.
“내 포도밭을 위하여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했더란 말이냐?
내가 해 주지 않은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부모가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자녀가 잘못된 길로 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에도 비슷한 마음이 들 것이다.
스승도 열심히 가르쳤지만 제자가 배운 것을
잘못된 곳에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결국 좋은 환경과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좋은 열매가 저절로 맺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오늘 말씀은 나에게 질문을 돌려놓는다.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받으며 살아왔는가.
그리고 받은 것으로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가.
우리는 흔히 하느님께 더 달라고 청한다.
건강을 주십시오.
가족을 지켜 주십시오.
좋은 기회를 주십시오.
그러나 오늘 말씀 앞에서는 기도의 방향을 조금 바꾸어 보아야 할 것 같다.
“주님, 무엇을 더 주시겠습니까?”가 아니라
“주님께서 이미 주신 것으로 나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생각해 보면 내 삶도 내가 혼자 만든 포도밭은 아니다.
부모에게 받은 사랑이 있었고, 스승에게 배운 지식이 있었으며,
가족과 동료와 이웃에게 받은 도움도 있었다.
실패했을 때 다시 시작할 기회도 주어졌다.
그 모든 것이 내 삶이라는 포도밭을 가꾸어 준 햇빛과 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기다리시는 열매는 무엇일까.
“그분께서는 공정을 바라셨는데 피 흘림이 웬 말이냐?
정의를 바라셨는데 울부짖음이 웬 말이냐?”
하느님께서 기다리신 열매는 성공이나 재산, 명예가 아니었다.
공정과 정의였다.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었더라도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짓밟았다면 좋은 포도라고 할 수 없다. 많이 배우고 높은 자리에 올랐더라도 그 능력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한다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열매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좋은 열매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고,
가진 지식과 경험을 다음 사람에게 전하며,
힘없는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잘못했을 때 인정하고 돌아서는 것 또한 좋은 열매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더욱 생각하게 된다.
젊었을 때에는 얼마나 많이 이루었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내가 받은 것들이 누구에게 어떤 열매로 남았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언젠가 우리도 자신의 포도밭을 돌아보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하느님께서 물으시는 것은 포도밭의 크기가 아닐 것이다.
“내가 너에게 많은 것을 주었는데, 너는 어떤 열매를 맺었느냐?”
나는 좋은 포도를 맺고 있는가.
받은 은총에 비하여 열매가 부족하지는 않은가.
삶의 마지막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받았는가가 아니라,
받은 것으로 어떤 열매를 맺었는가일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의 포도밭에서 좋은 열매가 익어 가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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