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묵상에 대한 멘트에 대하여 응답글입니다] 함께 갑시다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몇일 전 묵상에 대한 멘트에 대하여 응답글입니다] 함께 갑시다

제임스
2026-10-03 11:25 1 0

본문

하느님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느님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분께서 가리키시는 길이 언제나 분명하게 보이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어느 길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그럴 때 나는 우리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바로 우리 신앙의 선조들인 순교자들이다.
그들도 처음부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특별한 사람들이라기보다
우리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아픔을 느끼고, 살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길이 조금은 눈에 보이는 길이 된다.
하느님의 발자취가 보이지 않을 때에는, 
하느님의 발자취를 따라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길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하게 된다.
과연 나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나를 따라오시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 부족하고 흔들리며 때로는 나 자신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르는데,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함께 갑시다.”
이 말에는 겸손이 있다.
내가 당신보다 앞서 있다는 뜻도 아니고, 내가 정답을 모두 알고 있다는 뜻도 아니다.
나도 길을 찾고 있고 당신도 길을 찾고 있으니, 서로 넘어질 때 붙잡아 주면서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자는 것이다.
순교자들도 어쩌면 그렇게 신앙을 지켜 냈을 것이다.
누군가가 앞서 걸으면 다른 사람이 그 뒤를 따르고, 누군가가 흔들리면 옆 사람이 붙잡아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 사람의 믿음이 또 다른 사람의 믿음을 일으켜 세웠을 것이다.
신앙은 혼자 정상에 오르는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앞서 있는가보다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함께 걷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나는 순교자처럼 목숨을 내놓을 만큼 강한 믿음을 가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발자국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따라갈 수는 있다.
그리고 내 옆에서 함께 걷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며 말할 수는 있다.
“저도 아직 길을 다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걸어간 분들의 발자국이 있습니다.
그러니 함께 갑시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이웃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신앙의 모습은 거창한 가르침보다 이런 동행일지도 모른다.
하느님의 발자취를 찾고,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순교자들의 발자국을 따라,
서로에게 ‘나를 따라오시오’가 아니라
‘함께 갑시다’라고 말하며 걷는 것.
그렇게 함께 걷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뒤를 걸어오는 누군가에게도 작은 발자국 하나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가톨릭출판사 천주교서울대교구 cpbc플러스 갤러리1898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굿뉴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신문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