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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9.30)의 독서 말씀] 보이지 않는 하느님 앞에서 : 욥기 (9,1-12.14-16)

제임스
23시간 47분전 2 0

본문

살아오면서 기도한 일이 모두 이루어졌다면 신앙생활은 훨씬 쉬웠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 생겨 기도했더니 문제가 해결되고,
아픈 사람을 위해 기도했더니 건강해지며,
간절히 바라던 일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아무리 기도해도 달라지지 않는 일이 있고,
오랫동안 기다려도 응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가장 힘든 것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만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정말 내 기도를 듣고 계시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바로 그 자리에 선 욥은 하느님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분의 위대하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산을 옮기시고 땅을 뒤흔드시며 하늘을 펼치시고 별들을 만드신 분이라고 고백한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에 뜻밖의 말을 한다.
“그분께서 내 앞을 지나가셔도 나는 보지 못하고, 지나치셔도 나는 그분을 알아채지 못하네.”
참으로 역설적인 고백이다. 하느님이 얼마나 위대하신지는 알고 있는데,
정작 자신의 고통 속에서는 그분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에게는 “하느님께서 함께 하십니다” 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내가 큰 어려움에 빠지면 그 말이 나 자신에게는 쉽게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머리로 알고 있는 하느님과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현실 사이에
커다란 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욥은 더 나아가 말한다. “내가 불러 그분께서 대답하신다 해도 내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리라고는 믿지 않네.”
신앙인으로서 상당히 충격적인 말이지만 성경은 이 말을 지우지 않았다.
욥의 의심과 절망까지 그대로 기록해 놓았다. 이것이 나에겐 오히려 위로가 된다.
믿음에는 확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의심도 들어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런 인간의 흔들림까지 받아들이신다는 뜻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신앙이 깊으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욥은 흔들린다. 질문하고, 따지고, 때로는 하느님께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실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욥은 계속 하느님께 말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듣지 않으실 것 같다고 하면서도 하느님을 향해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욥의 믿음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믿음의 반대는 질문이 아니라 관계를 끊어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다.
가까운 사람에게 섭섭한 일이 생기면 따지고 화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아직 관계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정말 관계가 끝나 버리면 더 이상 따지지도 않는다.
욥도 하느님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하느님을 향해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욥기는 우리에게 기도란 반드시 아름다운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가르쳐 준다.
“주님, 감사합니다”도 기도이지만, “주님, 왜 그러십니까?”
라는 외침도 기도가 될 수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 기도를 듣고 계시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런 말까지 하느님께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솔직한 믿음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삶에는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
왜 좋은 사람이 먼저 떠났는지,
왜 어떤 고통은 오래 지속되는지,
왜 간절히 바랐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끝내 알 수 없는 일도 있다.
젊을 때에는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살아갈수록 답을 얻지 못한 채 받아들여야 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런 순간 욥은 우리에게 중요한 모습을 보여 준다.
답을 찾지 못했어도 하느님께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하느님이 보이지 않아도 하느님을 향해 말한다.
어쩌면 신앙은 하느님을 언제나 선명하게 느끼는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그분을 향해 말을 멈추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도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나는 어떻게 하는가?
하느님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그분께 말을 걸 수 있는가?
욥은 아직 답을 얻지 못했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질문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느님과의 관계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부르고,
이해되지 않아도 묻고,
응답이 들리지 않아도 관계를 끊지 않는 것.
어쩌면 욥이 보여 주는 믿음은 확신으로 가득 찬 믿음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하느님을 향한 끈을 놓지 않는 믿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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