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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라우렌시오 축일에] 교회의 보물은 어디에 있는가

제임스
14시간 11분전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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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당신의 보물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재산이나 집, 평생 모은 귀중품을 떠올릴 수도 있고,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을 보물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오늘 성 라우렌시오의 삶을 바라보면서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 본다.

나는 무엇을 보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3세기 로마에서 성 라우렌시오는 교황 성 식스토 2세를 돕던 부제로서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일을 맡고 있었다.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박해가 거세지면서 교황이 먼저 순교하게 되었고,
라우렌시오 역시 곧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로마의 관리가 그에게 교회의 보물을 내놓으라고 명령하였다.
라우렌시오는 사흘의 시간을 달라고 청했다.
관리들은 아마도 그가 교회에 숨겨져 있던 금과 은, 값비싼 성물들을 모아 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흘 뒤 라우렌시오가 데리고 온 사람들은 뜻밖의 사람들이었다.

병든 사람들, 고아와 과부들, 그리고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 사람들이 바로 교회의 보물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선언이다.

세상이 생각하는 보물과 하느님께서 바라보시는 보물이
얼마나 다른지를 이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 주는 말도 드물 것이다.
세상은 많이 가진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만,
라우렌시오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을 가장 귀한 존재라고 선언하였다.


그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의 삶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셨고, 병든 사람에게 다가가셨으며,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손을 잡아 주셨다.
그리고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가난한 이를 돌보는 것은 단순히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만나는 일이다.

우리는 흔히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 내가 가진 것을 그에게 ‘베푼다’고 생각한다.
가진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내려주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라우렌시오의 이야기는 우리의 시선을 거꾸로 돌려놓는다.

우리가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우리가 그리스도를 만날 기회를 얻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선은 남는 것을 나누어 주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나와 똑같이 귀한 존재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돈을 나누는 것뿐 아니라 외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병든 사람을 찾아가는 것,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시간을 내어 주는 것 역시 사랑의 실천이다.


라우렌시오는 자신의 신념 때문에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뜨거운 석쇠 위에서 순교했다고 전해지며,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유머와 용기를 잃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역사적으로 그의 순교에 관한 세부적인 이야기에는 후대에 형성된 전승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승이 오랫동안 교회 안에서 기억되어 온 이유는 분명하다.
죽음 앞에서도 빼앗을 수 없었던 그의 믿음과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사랑 때문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이다.
그리스도교 시인 프루덴티우스는 라우렌시오의 순교가 로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로마의 회심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노래하였다.

한 사람은 죽었지만 그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죽음에서 더 큰 생명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마치 한 알의 밀알과도 같다.
땅에 떨어진 밀알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시작된다.
라우렌시오 역시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음으로써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믿음의 씨앗을 남겼다.

그리고 그의 순교 이야기에 등장하는 ‘향기’에 관한 전승도 마음을 붙잡는다.
그의 몸에서 향기가 났다고 전해진다.
그것이 실제로 어떤 현상이었는지를 떠나,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생각한다.

사람의 몸은 사라지지만 그 사람이 남긴 향기는 오래간다.

누군가에게 베풀었던 친절,
힘든 사람의 손을 잡아 주었던 따뜻함,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행했던 봉사,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먼저 생각했던 마음은 시간이 지나도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향기로 남는다.


그렇다면 나의 삶에서는 어떤 향기가 나고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재산도, 명예도, 직책도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겨 놓은 사랑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성 라우렌시오가 오늘 우리에게 묻는 것 같다.

“당신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보물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또 하나를 묻는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어떤 향기가 남겠습니까?”

가난한 이를 교회의 보물이라 부를 수 있었던 사람,
자신의 생명보다 사랑을 더 귀하게 여겼던 사람,
죽음 앞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았던 사람.

성 라우렌시오의 삶을 바라보며 오늘 나의 보물창고를 다시 열어 본다.

그 안에 재산과 명예만 쌓여 있는 것은 아닌지,
가난한 이와 외로운 이, 아픈 이와 도움이 필요한 이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지 돌아본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한다.


주님,

제가 가진 것을 많이 남기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많이 남기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제 삶이 끝나는 날,
제가 무엇을 소유했는가보다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의 손을 잡아 주었는가가
저의 삶을 말하게 하소서.

그리고 제게도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작은 그리스도의 향기 하나 남길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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