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독서말씀] 신앙의 유산
본문
열왕기 하권 2장은 한 시대가 마감되고 또 다른 시대가 시작되는
영적 계승의 순간을 보여 주는 매우 감동적인 장면이다.
엘리야는 자신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길갈에서 벧엘로, 벧엘에서 예리코로, 다시 요르단 강으로
향하며 엘리사를 여러 번 시험한다.
"너는 여기 남아 있어라."
그러나 엘리사는 매번 같은 대답을 한다.
"저는 결코 스승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충성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기적을 배우기 위해 스승을 따른 것이 아니라,
스승의 삶과 믿음을 배우기 위해 끝까지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진정한 배움은 강의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곁에서 함께 걷고, 함께 울고, 함께 기도하며
스승의 삶을 바라보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엘리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스승의 곁을 떠나지 않음으로써
가장 중요한 유산을 받게 된다.
요르단 강가에서 엘리야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내가 너에게 해 주어야 할 것을 청하여라."
그러자 엘리사는 놀라운 부탁을 한다.
"스승님 영의 두 몫을 받게 해 주십시오."
그는 재산도, 명예도, 권력도 구하지 않았다.
기적을 일으키는 능력조차 먼저 구하지 않았다.
그가 원한 것은 스승 안에 살아 있던 하느님의 영이었다.
이것은 참으로 깊은 신앙인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의 결과를 원하지만,
엘리사는 결과보다 그 사람을 움직이게 했던 영혼의 힘을 원했다.
마침내 불 병거와 불 말이 나타나고 엘리야는 회오리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엘리사는 외친다.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여기서 아버지란 혈연 관계가 아니라
그의 신앙을 길러 준 영적 아버지라는 뜻이다.
스승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을 잃는 것과 같다.
그래서 엘리사는 자기 옷을 찢는다.
슬픔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제자가 아니라
스스로 걸어가야 할 예언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장면은 바로 그 다음에 나온다.
엘리사는 엘리야의 겉옷을 집어 들고 요르단 강가에 선다.
그리고 외친다.
"주 엘리야의 하느님께서는 어디에 계신가?"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이 사라지신 것처럼 오해한다.
이것은 믿음의 선언이다.
"엘리야를 통해 일하셨던 하느님께서 지금도 살아 계신가?"
"그 하느님께서 이제 나와도 함께하시는가?"
라는 물음이다.
그리고 물은 다시 갈라진다.
중요한 것은 겉옷이 아니다.
능력의 전수가 아니다.
하느님은 엘리야와 함께 계셨던 것처럼
엘리사와도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보여 주신 것이다.
이 말씀은 오늘 우리 삶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살다 보면 존경하던 스승을 떠나보낼 때가 있다.
부모님을 떠나보낼 때도 있고,
인생의 멘토를 잃을 때도 있으며,
오랫동안 의지하던 사람과 헤어질 때도 있다.
그때 우리는 종종 생각한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제 누가 나를 이끌어 줄까?"
그러나 요르단 강가의 이야기는 말해 준다.
하느님은 특정 사람에게만 머무르시는 분이 아니다.
엘리야와 함께 계셨던 하느님은 엘리사가 홀로 서야 하는 순간에도 함께 계셨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이런 묵상을 하게 된다.
과거에 존경하던 스승들,
함께 일하던 동료들,
신앙의 길을 걸어온 선배들이 하나둘 떠나간다.
그러나 신앙의 유산은 사람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이 남긴 믿음과 사랑, 헌신의 정신은 다음 세대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
마치 엘리야의 겉옷이 엘리사에게 전해진 것처럼 말이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