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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복음 말씀] 닭이 울기 전에

제임스
2026-03-30 19:44 54 0
  • - 첨부파일 : 2-27.jpg (61.2K) -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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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영성체를 하던 날이 떠오른다.
작은 손으로 성체를 받아 모시며,
나는 그때 분명히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

이제는 다르게 살겠습니다.”

꾸르실료 교육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흐르고,
하느님을 향한 마음이 한없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또 한 번 굳게 결심했었다.

주님, 저는 끝까지 따르겠습니다.”

그 다짐은 마치 베드로가 예수님께 했던 그 고백과도 같았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 내놓겠습니다.”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다.
조금의 의심도 없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러나 삶은 다짐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도는 조금씩 줄어들고,
말씀은 점점 멀어지고,
신앙은 어느새 삶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바쁜 일상, 작은 유혹들, 그리고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수많은 이유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닭이 우는 소리다.

 

닭의 울음은 단순한 자연의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을 깨우는 소리다.

베드로는 그 소리를 듣고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주님을 위해 죽겠다고 말하던 자신이
정작 작은 두려움 앞에서
나는 그를 모른다고 말해버린 그 순간을.

그리고 그는 밖으로 나가 통곡하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신앙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뜨거운 순간에는
언제든 주님을 따를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 앞에서 신앙을 드러내야 할 때,
손해를 감수해야 할 때,
조금의 불편함을 감당해야 할 때,

우리는 조용히 한 발 물러선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지금은 아닌 것 같다.”

그 말은 어쩌면 나는 그를 모른다는 말과
그리 다르지 않은지도 모른다.

 

이 복음이 우리에게 절망이 되지 않는 이유는
예수님의 시선 때문이다.

주님은 베드로의 배반을 이미 알고 계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부르셨고,
그에게 사명을 맡기셨으며,
끝내 그를 버리지 않으셨다.

닭이 울기 전에 이미 용서는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닭의 울음은 정죄의 소리가 아니라 부르심의 소리다.

너는 누구인가?”
처음의 마음을 기억하고 있는가?”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다시 서게 된다.

 

신앙인의 삶은 넘어지지 않는 삶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는 삶인지도 모른다.

처음의 열심이 사라졌음을 깨닫는 순간,
그것이 이미 은총의 시작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닭이 울고 있다.

그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잠시 멈추어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주님을 향해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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