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독서 말씀]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시는 분
본문
사람의 마음은 때로 갈대와 같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금세 휘어지고 부러질 듯 흔들립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제는 더 버티기 어렵다”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때 우리는 종종 두 가지를 경험합니다.
하나는 세상의 냉정함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입니다.
“왜 이렇게 약한가.”
“왜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하는가.”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스스로를 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오늘 이사야의 말씀(42: 1-7)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는다.”
이 말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방식 자체를 드러내는 선언입니다.
우리는 강한 것을 좋아합니다.
큰 소리, 빠른 변화, 눈에 보이는 결과.
그러나 하느님의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조용히 다가오십니다.
억지로 바꾸지 않으시고, 기다리며 일하십니다.
마치 발효와도 같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구조가 바뀌고
결국 전혀 다른 상태로 변해 갑니다.
신앙의 변화도 그렇습니다.
갑자기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부러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시는 그 손 안에서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변해 갑니다.
이사야는 “공정”이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공정은 힘으로 세우는 질서가 아닙니다.
억누르는 정의가 아니라
살려내는 정의입니다.
약한 것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이 다시 살아나도록 기다리는 정의입니다.
부러진 갈대를 그냥 두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서도록 시간을 주는 것,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고
작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도록 지켜보는 것.
이것이 하느님의 공정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말씀은 우리를 향합니다.
“내가 너를 불러 민족들의 빛이 되게 하였다.”
빛은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둠을 바꿉니다.
빛은 억지로 밀어내지 않습니다.
그저 존재함으로써 드러냅니다.
우리 역시 그렇게 부름받은 존재입니다.
누군가를 바꾸기 위해 애쓰기보다
그가 꺼지지 않도록 곁에 있어 주는 사람,
부러지지 않도록 함께 버텨 주는 사람.
우리 삶에도 꺼져가는 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도 부러진 갈대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더 빨리, 더 강하게, 더 확실하게를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처럼 기다리고 붙들어 줄 것인가.
하느님은 오늘도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를 꺾지 않는다.
나는 너를 끄지 않는다.”
이 말씀을 기억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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