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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서 말씀] 꾸짖음보다 먼저 초대하신다

제임스
2026-03-13 06:19 35 0
  • - 첨부파일 : 1-12.jpg (63.7K) -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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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화분 하나를 들여다보며 한참을 서 있었던 적이 있다.
겨울 동안 잎이 거의 말라 버려 “이제는 끝났나 보다” 하고 생각했던 화분이었다.
물도 제대로 주지 않았고, 햇빛도 충분하지 않았으니 살아날 리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마른 줄기 사이에서 작은 초록빛 싹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너무 작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분명히 새로운 생명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식물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구나.”

사람의 삶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우리는 종종 마음이 메말라 버린 듯 느낄 때가 있다.
실수도 하고, 욕심 때문에 넘어지기도 하고,
괜한 고집 때문에 관계를 망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이제는 늦었다”거나 “이미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성경은 그런 우리에게 전혀 다른 말을 건넨다.
호세아 예언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스라엘아,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와라. 너희는 죄악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이 말씀에는 꾸짖음보다 먼저 초대가 담겨 있다.
넘어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비틀거리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돌아오라는 것이다.
우리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에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직 걸어갈 수 있기 때문에 부르신다.

사람은 흔히 어려움이 닥치면 다른 것들을 붙잡으려 한다.
돈이면 돈, 힘이면 힘, 사람의 인정이면 인정.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아시리아라는 강한 나라를 의지하고,
군마와 군사력을 의지하며,
심지어 자신들이 만든 우상까지 의지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것들이 자신들을 구원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한다.

아시리아는 저희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저희 손으로 만든 것을 보고 다시는 ‘우리 하느님!’이라 말하지 않으렵니다.”

이 고백을 들으며 우리는 조금 부끄러워진다.
우리도 살면서 참 많은 것들을 붙잡고 살기 때문이다.
건강이 전부인 줄 알고 살 때도 있고,
자식의 성공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할 때도 있다.
어떤 때는 체면과 자존심을 하느님보다 더 크게 붙잡고 살기도 한다.
그러나 주님은 그런 우리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그들의 마음을 고쳐 주고 기꺼이 그들을 사랑해 주리라.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이 되어 주리니 이스라엘은 나리꽃처럼 피어나리라.”

이슬이라는 표현이 참 아름답다.
이슬은 소리 없이 내려온다. 누구도 그 순간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밤새 조용히 내려앉은 이슬은 마른 풀을 적시고 꽃을 다시 피어나게 만든다. 
하느님의 은총도 대개 그런 방식으로 우리 삶에 스며든다.
어느 날 마음이 조금 부드러워지는 순간,
오랫동안 미워하던 사람을 조금 덜 미워하게 되는 순간,
포기하고 싶던 일을 다시 해 볼 힘이 생기는 순간,
기도 한 줄이 마음 깊이 스며드는 순간.
그런 순간들이 바로 우리 삶에 내려오는 이슬 같은 은총이다.
주님은 또 말씀하신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올리브 나무 같고 그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으리라.

참된 회개는 단순히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삶의 향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누군가에게 작은 그늘이 되어 주며,
함께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으로 조금씩 변해 가는 것이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그 화분의 작은 싹은 하루아침에 자란 것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마른 것처럼 보였지만 생명의 힘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신앙도 그와 비슷한 것 같다.
겉으로는 지치고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 하느님을 향한 작은 뿌리가 살아 있다. 
그래서 주님은 포기하지 않으시고 계속 말씀하신다.
“돌아와라.” 성경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말한다.

주님의 길은 올곧아서 의인들은 그 길을 따라 걸어가고 죄인들은 그 길에서 비틀거리리라.

길은 언제나 곧다.
다만 그 길을 걷는 우리의 발걸음이 흔들릴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시 길 위에 서는 것이다.
마른 줄기에서 새싹이 돋아나듯이,
비틀거리던 삶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하느님께 돌아가는 순간, 우리 삶에도 다시 이슬이 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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