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경 말씀] 표징을 청하지 않겠다는 사람, 그러나 주어지는 표징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오늘의 성경 말씀] 표징을 청하지 않겠다는 사람, 그러나 주어지는 표징

제임스
2025-12-21 10:28 13 0
  • - 첨부파일 : 250.png (521.2K) - 다운로드

본문


 

아하즈 임금은 표징을 청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겸손해 보이는 대답이지만, 그 안에는 결단을 미루고 싶은 마음, 책임을 피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 숨어 있다. “주님을 시험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은 때로 신앙 고백이 아니라, 변화 앞에서 한 발 물러서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런 인간의 계산에 멈추지 않으신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이 문장은 늘 나를 멈춰 세운다.
사람이 요청하지 않아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하느님의 일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선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식품을 연구하다 보면, 우리는 늘 측정 가능한 표징을 찾는다.
수분활성, pH, 당도, 미생물 수치, 향 성분의 피크 하나하나가 제품의 안전과 품질을 말해 주는 신호다. 표징이 없으면 불안하고, 데이터가 없으면 결정을 미룬다.

그러나 경험이 쌓일수록 알게 된다.
모든 변화가 숫자로 먼저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발효가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향이 달라지고, 조직감이 바뀌며, “, 이제 넘어섰구나하는 감각이 먼저 온다. 기계는 나중에 그 변화를 확인해 줄 뿐이다. 표징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스스로 드러내는 경우가 더 많다.

이사야서의 표징도 그렇다.
아하즈가 청하지 않아도, 하느님은 이미 생명의 방향을 바꾸는 사건을 준비하고 계셨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이 부분은 신앙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언이다.
과학자의 언어로 말하자면, 기존의 메커니즘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건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조금 더 분명한 증거를 주십시오.”
검증 가능한 표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주시는 표징은 종종 논증이 아니라 동행의 형태로 온다.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이름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는 공식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간 속을 함께 건너가겠다는 약속이다.

 

돌이켜 보면, 내 삶에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청하지 않았고, 준비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피하고 싶었던 시기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그때는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오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이 표징이었음을 알게 된다.

식품도, 신앙도 결국 비슷하다.
완벽히 통제하려 할수록 본질은 멀어지고, 맡길 줄 알 때 생명은 자란다.

아하즈는 표징을 거절했지만,
하느님은 침묵하지 않으셨다.

오늘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표징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믿음이 부족하다고 해서
하느님의 일하심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이미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는 발효처럼,
임마누엘의 시간이 조용히 익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가톨릭출판사 천주교서울대교구 cpbc플러스 갤러리1898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굿뉴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신문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