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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 열린 눈으로 바라본 식탁의 축복

제임스
2025-12-14 23:48 1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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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 24,2-7.15-17 을 식품의 언어로 묵상하며
 

발라암은 눈을 들어 이스라엘 진영을 바라본다.
그는 원래 축복을 하러 온 사람이 아니었다. 계산과 의도를 품고 불려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눈을 들었을 때, 뜻밖에도 하느님의 영이 그에게 내린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보게 된다.

성경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열린 눈을 가진 사람.”

눈은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사람, 이제야 보게 된 사람이다.
우리는 음식 앞에서도 종종 그렇다. 매일 먹고 마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그것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보지 못한 채 살아간다. 식탁 위의 풍요는 늘 눈앞에 있지만, 그 이면의 질서와 은총은 쉽게 지나쳐 버린다.


발라암이 본 이스라엘은 군사 집단이 아니었다
.
그는 식량을 저장한 창고나, 무기를 쌓아 둔 요새를 본 것이 아니다. 대신 그는 생명의 구조를 본다.

골짜기처럼 뻗어 있고
강가의 동산 같구나.”

이는 농경과 식량 생산의 언어다. 골짜기는 물이 모이는 곳이고, 강가의 동산은 생명이 자라는 자리다. 먹을거리는 언제나 물과 함께 시작된다. 물이 없으면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하고, 음식은 탄생하지 않는다. 발라암의 눈에 비친 이스라엘은 이미 잘 설계된 생태계였다.


그의 물통에서는 물이 넘치고
그의 씨는 물을 흠뻑 먹으리라
.”

이 구절은 단순한 풍요의 표현이 아니다. 식품 과학의 언어로 말하면, 이는 안정적인 식량 시스템을 뜻한다. 물이 넘친다는 것은 한 해의 수확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씨가 물을 흠뻑 먹는다는 것은, 생명이 연속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오늘 먹고 끝나는 식탁이 아니라, 내일을 이어 주는 식탁이다.

이스라엘의 축복은 배부름에 있지 않았다.
그 축복은 지속 가능성에 있었다.


그리고 발라암의 시선은 미래를 향한다
.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난다.

별은 길을 안내하는 표지다.
옛사람들은 별을 보고 계절을 읽었고, 파종과 수확의 시기를 가늠했다.
별은 곧 농사의 시간표였고, 식량의 질서를 알려 주는 신호였다.
왕홀 역시 단순한 권력이 아니라, 공동체의 분배 질서를 상징한다.
누가 먼저 먹고, 누가 남겨지는가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굶주림은 식량 부족보다 분배의 실패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왕홀은, 축복을 독점하지 않고 공동체 전체로 흘려보내는 질서다.

발라암은 쓰러지지만, 눈은 뜨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
식량 위기를 겪고, 환경이 무너지고, 먹거리의 안전이 흔들릴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묻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아왔는가?” “이 식탁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느님은 이스라엘 한가운데에 천막을 치셨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의 식탁 한가운데에 머무르신다.
밥 한 공기, 물 한 컵, 제철 식재료 하나에도 이미 하느님의 질서는 스며 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별은 이미 떠 있다
.
먹거리를 다시 생명의 언어로 읽을 눈이 열릴 때,
우리의 식탁은 단순한 소비의 자리가 아니라
축복이 흘러가는 통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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