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서 2장을 쓰면서] “죽은 반죽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
본문
에페소서 2장은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합니다.
하느님께서 죽어 있던 우리를 다시 살리셨다
유다인과 다른 민족, 서로 갈라져 있던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었다
이 두 메시지는 분명 신학적이지만,
식품과학적 비유를 사용하면 매우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죽어 있었던 반죽이 숨을 되찾는 순간” 에페 2,1-10: 새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
바오로는 먼저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죄 때문에 죽어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와 함께 여러분을 다시 살리셨습니다.”(요약)
‘죽어 있었다’는 표현은 육체적인 죽음이 아니라
내적 활력이 사라지고 방향을 잃은 상태를 뜻합니다.
식품과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힘을 잃은 반죽” 또는 “발효가 멈춰버린 혼탁한 상태” 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 발효가 멈춘 반죽은 생명이 없는 상태이다
효모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반죽은 부풀지도 않고 맛도, 질감도 살아나지 않습니다.
온도가 너무 낮거나 염도가 너무 높거나
효모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반죽은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오로는 인간도 이와 같은 상태라고 말합니다.
죄와 상처, 두려움, 자기중심성 등으로 인해
우리 마음의 “발효”가 멈춰버린 상태.
움직임이 없고, 부풀지도 않고, 향기도 나지 않는 정체된 상태.
이것이 에페소서 2장에서 말하는 “죽음”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효모를 넣어 다시 살리셨다”
바오로는 이어 이렇게 선언합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크신 사랑으로 우리를 살리셨습니다.”
식품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죽은 반죽이 다시 살아나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새로운 효모를 투입하는 것
환경을 조절해 다시 활동을 일으키는 것(온도·수분·pH 조정)
바로 이것이 에페소서 2장이 말하는 하느님의 구원의 행동과 비슷합니다.
그리스도는 새로운 발효 스타터(새로운 효모)같다.
죽은 반죽 속에 새 효모를 넣으면 그 안에서 기포가 생기고
온 반죽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바오로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살리셨다”(2,5)고 말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 안의 죽어버린 삶을 되살리는 새 ‘발효·생명 동력’입니다.
성령은 최적의 발효 환경을 조성하는 힘이다.
효모가 잘 활동하려면 온도, 습도, 산도, 시간이라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성령은 우리 마음의 온도를 회복시키고,
차가워진 관계를 따뜻하게 만들며, 굳어버린 죄책감의 pH를 조절해
새로운 생명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은총이다”— 에페 2,8
“여러분이 구원을 받은 것은 은총 덕분입니다.”
“이것은 여러분이 스스로 이룬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이 메시지는 식품과학적 비유로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죽은 스스로 발효될 수는 없다
반죽은 스스로 발효를 시작하지 못합니다.
누군가(제빵사)가 효모를 넣어주고,
온도를 맞춰주고, 정성껏 환경을 관리해야 비로소 빵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영적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스스로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먼저 개입하셔서 우리 안의 생명을 일깨워 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강조합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우리는 하느님이 손수 빚어 만든 작품이다”— 에페 2,10
에페소서 2장의 가장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손수 지으신 작품입니다.”
원문 표현을 살려 말하면
“하느님이 우리를 직접 빚으셨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은 장인과 같다
장인이 직접 주먹밥을 빚고, 장이 장독대에서 된장을 가꾸고,
제빵사가 반죽을 만지며 미세한 변화를 살피듯,
하느님도 우리를
인생이라는 발효 과정 속에서 섬세하게 다루고 계신다는 의미입니다.
그 손길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빚어지는 중이며,
아직 미완성일지라도 이미 하느님의 사랑과 정성 안에 있습니다.
“서로 떨어져 있던 이들을 하나로 만드셨다”— 에페 2,11-22
2장 후반부는 하느님께서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무셨다는 내용입니다.
유다인과 다른 민족(이방인)은 서로 다른 문화, 율법, 생활 방식 때문에
음식 재료처럼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바오로는 말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 사이의 벽을 허무시고 평화를 가져오셨다.”
서로 다른 재료가 하나의 요리가 되는 것처럼
음식 재료가 서로 다를수록 더 풍부한 맛이 납니다.
김치는 배추·고추·마늘·생강·젓갈처럼 서로 전혀 다른 재료들이 만나서 완성됩니다.
비빔밥도, 잡채도, 라면 스프도 서로 다른 성분과 향미가 모여 하나의 조화를 이루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서로 다른 모습이 모여 하나가 될 때
가장 깊고 부드러운 삶의 향기가 나온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차이로 갈라졌던 사람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하나의 가족, 하나의 ‘하느님의 집’이 되는 것입니다.
에페소서 2장을 식품과학으로 이해하기
에페소서의 메시지 | 식품과학적 비유 | 핵심 의미 |
죄로 ‘죽어 있었던’ 인간 | 발효가 멈춘 반죽 | 생명력 상실·정체 |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을 얻음 | 새로운 균주를 투입 | 내적 활성화·재생 |
은총으로 구원 | 반죽이 스스로 발효할 수 없음 | 하느님의 선물 |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 | 장인이 반죽을 빚고 숙성 관리 | 하느님 손길 안에서의 성장 |
원수 관계가 하나됨 | 다양한 재료가 조화된 음식 | 공동체의 통합·평화 |
에페소서 2장은 “죽은 반죽이 다시 살아나고, 서로 다른 재료들이 하나의 맛을 이루는 과정”과 같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새롭게 발효시키고, 성령으로 숙성시키며,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맛있는 “한 그릇의 삶”으로 만들어 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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