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의 자유, 사랑의 책임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은총의 자유, 사랑의 책임

제임스
2025-10-22 07:44 5 0

본문

오늘 성경 말씀에 대한 묵상수필입니다
 

나의 주머니가 항상 텅 비어 있어 친구들의 모임에 나가서 늘 대접만 받을 수는 없다.

허드렛일이라도 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모아, 한 번쯤은 내가 친구들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받은 만큼은 아닐지라도,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이는 것은 인간의 도리이자 마음 깊은 양심의 울림일 것이다.

비단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러한데, 하물며 하느님으로부터 넘치는 은총을 받았다면 얼마나 더 그분께 보답해야 할까.

 

오늘의 성경 말씀을 대하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에 잠긴다.

여러분은 죄에서 해방되어 의로움의 종이 되었습니다.”(로마 6,18)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루카 12,48)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깊은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자유와 책임, 이 두 단어가 내 마음의 한가운데서 조용히 부딪히며 울림을 남겼다.

우리는 누구나 자유를 꿈꾼다. 얽매이지 않고, 내 뜻대로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세월을 살아오며 깨닫게 된다.

참된 자유는 나를 위한 자유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한 자유라는 것을.

바오로 사도가 말한 의로움의 종은 언뜻 모순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오히려 자유의 본질이 담겨 있다.

 

죄의 굴레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제멋대로 사는 것이 자유가 아니다.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맛본다.

내 뜻을 내려놓을 때 마음의 짐은 가벼워지고, 그 빈자리를 평화가 채운다.

하느님의 뜻 안에 머무는 것이야말로 가장 넓고 깊은 자유다.

그러나 자유는 언제나 책임을 품고 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

받은 것이 많다는 것은 곧 나눌 몫도 많다는 뜻이다.

지식이든, 사랑이든, 건강이든, 신앙이든

그 모든 것은 내 소유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잠시 맡기신 것,

그분이 내게 주신 탈렌트이자 은총이다.

내게 주신 것이 클수록, 더 많은 이들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자유가 사랑으로 이어질 때, 그것은 완성된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자유는 나 혼자 누리라고 주신 것이 아니었다.

그 자유는 누군가를 일으키고, 지탱하고, 위로하라고 주신 것이었다.

내 뜻대로가 아니라 하느님 뜻대로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

그것이 곧 은총의 자유다.

그 자유가 책임으로, 그 책임이 사랑으로 변해갈 때,

삶은 더 이상 무겁지 않다.

 

기도를 마무리하며 조용히 속삭인다.

주님, 제게 주신 자유를 헛되이 쓰지 않게 하소서.

그 자유로 당신을 사랑하게 하시고,

많이 받은 은총을 기꺼이 나누게 하소서.

죄에서 해방된 자유가 사랑의 책임으로 이어질 때,

그 길은 더 이상 짐이 아니라 기쁨이 된다.

그 길 끝에서 하느님의 미소를 만날 때,

나는 다시 자유로워진다 은총의 자유 안에서.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가톨릭출판사 천주교서울대교구 cpbc플러스 갤러리1898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굿뉴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신문
게시판 전체검색